갭투자의 정석

2025. 1. 17. 19:40부동산 분석/아파트

갭 투자라 함은 기존 전세가 계약되어 있는 집을 매수하거나 신규 전세의 잔금일을 매매 잔금일에 맞춰 그 차액만으로 매수하는 소액 투자기법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보유하는 아파트에 전세보증금이 껴있는 경우는 모두 갭 투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금융기관의 아파트 담보 대출 기준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Loan To Value ratio)의 상한이 70%임을 감안할 때,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70%를 상회할 경우 갭 투자를 통해서 대체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갭 투자 기법은 미래에 전세가가 하락하게 되면 새로 들어올 임차인의 보증금만으로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투자를 할 때 전세가의 하락을 대비하여 어느 정도의 여유자금을 남겨둬야 하겠지만, 하락의 폭은 경우에 따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불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갭 투자는 소자본으로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법임을 부정할 수 없는 만큼 이하에서는 안전한 투자를 위한 요령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첫째, 전세가율이 높아 투자금이 극히 적더라도 준공된 지 애매한 연식이 된 아파트의 갭 투자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 갭 투자 기법은 이론적으로 실투자금이 적게 들어갈수록 매도 수익률이 높아지는 구조이다. 따라서 최대한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이 적은 아파트를 찾다보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은 어중간한 연식의 아파트로 관심이 가게 된다.

여기에 해당되는 아파트는 지은 지 약 15년에서 20년 사이의 아파트인데, 신축 효과가 떨어지고 인테리어 설비가 노후화되면서 수요층은 얇아지는 반면 비용부담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연식이다. 게다가 재건축의 법정 최소연한이 10년 정도 이상 남아있기 때문에 투기 수요층을 끌어들이기에도 무리가 따르는 시기이다.

아파트 가격의 구성은 크게 토지의 지분 가격과 건물 가격의 합이므로 이 중에 감가(가격의 하락)되는 성질을 가진 건물가격의 하락에 유의해야 한다. 그런데 해당 시기의 아파트는 토지 지분 가격의 상승분이 건물 가격의 감가를 압도하기 힘든 때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이 적다는 것은 때에 따라 저평가 신호로 해석될 여지도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수요자들 사이에 사용 용도로만 가치를 둘 뿐, 보유하고 싶지는 않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반증일 수 있다.

 

이와 다르게 ➊ 새 아파트는 주변 인프라의 부족이나 입주물량의 과다 문제로, ➋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낙후된 시설과 철거의 리스크로 전세가가 약세더라도 매매가의 상승률이 훨씬 뛰어나다는 점에 유의하도록 하자. 장기적인 시세 차익의 순위를 정하면 재건축 아파트 > 신축 아파트 > 기존 아파트 순이며 역사적으로 볼 때 각 상승률은 위에서부터 대략 30% 내외씩 큰 차이를 보이며 내려온다. 결과적으로 아파트의 가격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다는 전제만으로는 갭 투자의 최우선 사유가 될 수 없고, 그 비율이 좀 밀리더라도 신축 후 5년 ~ 10년 이내(신축 수요층의 잔존)거나 재건축 연한이 5년 ~ 7년 내외로 남은(재건축 수요층의 진입) 아파트를 갭 투자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정적이다.

둘째, 갭 투자의 대상과 그 매매 타이밍은 전월세 물량의 공급을 적극적으로 회피하는 환경에서 결정해야 한다. 먼저 ➊ 해당 동네의 주변 및 유사 생활권에 1 ~ 2년 정도는 신축 아파트 단지의 입주가 예정되지 않아야 한다. 갭 투자의 기본 전제는 높은 전세가율에 있기 때문에 임대차 공급이 폭등하는 지역은 후보가 될 수 없다. 꼭 피하기 어렵다면 향후 전월세의 재계약 시기에 신축 아파트의 입주일이 6개월 이상 남거나 지나도록 최초 계약일을 맞춰야 전월세 폭락의 저점만은 면할 수 있다.

➋ 다음으로 투자 대상 아파트의 입주일 이후 2년 주기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개정으로 2년의 임대차 기간이 본격적으로 보장된) 1990년 이후 2년 주기(짝수 해)를 모두 피하는 연도가 좋고, 서로 어긋난다면 입주일 이후 2년 주기의 연도를 우선적으로 건너뛰어야 한다. ➌ 마지막으로 외곽이나 베드타운이 아닌, (전세가가 꾸준히 오를 수 있는) 직주근접이나 학군 등의 요소를 갖춘 지역의 선정을 권한다. 갭 투자의 1차 목표는 전세가가 구매한 가격만큼 상승하는 것이므로 아파트가 실거주의 매력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아파트 단지들이 모인 택지지구에서는 기본적으로 매물의 경쟁이 있기 때문에 투자금이 더 들더라도 입지가 우위인 아파트나 가장 적은 평수를 타겟으로 삼는 것이 좋다.

 

 

 

 

 

 

[이 글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무단복제를 금지합니다.]